여행스케치<별이 진다네>가 데려가는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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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간판도 밝고, 아파트 창문도 밝고, 도로에는 자동차 불빛이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 환한데 정작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세상 소식은 많이 알았지만, 내 머리 위 날씨는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

별을 본 게 언제였더라.

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자주 보는 별은 밤하늘보다 배달 앱에 있었다. 

별 다섯 개짜리 식당은 열심히 찾으면서, 

진짜 별에는 눈길 한번 주지 못한 것이다. 

이쯤 되면 낭만도 리뷰를 보고 주문할 판이다.

그날 이어폰에서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가 흘러나왔다. 

1989년 첫 음반에 담긴 노래이다. 

풀벌레 소리 사이로 통기타가 울리자, 

지하철 안에 있던 마음이 오래전 밤으로 먼저 건너갔다. 

여름밤 마당이나 동네 골목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간이다. 

어디선가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고, 

집 안에서는 씻고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일이 무엇이 될지는 몰랐지만, 

당장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었던 밤이다.

그 시절이라고 걱정이 없었겠는가. 

숙제는 밀렸고, 부모님께 혼날 일도 있었다. 

기억은 가끔 귀찮았던 모기는 지우고 

풀벌레 소리만 남겨두는 친절한 편집자이다. 

그래도 그 밤이 그리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것도 해내지 않은 나도 잠시 편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가만히 듣다 보면, 평화로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떠나간 사랑과 사라져가는 꿈을 향한 아픔이 흐른다. 

잔잔한 기타 소리 안에도 잃어버린 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들린다. 

젊을 때는 떠난 누군가가 생각났다면, 

이제는 연락이 뜸해진 친구와 오래 미뤄둔 꿈,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의 어린 얼굴도 떠오른다. 

그때는 당연해서 붙잡지 않았던 것들이, 뒤늦게 내 마음의 별이 되어 있다.

우리는 잘 살려고 참 열심히 달려왔다. 

더 좋은 집, 안정된 직장, 아이의 미래를 위해 시간을 쪼개고 피곤함을 삼켰다. 

그런데 삶을 채우려던 일정들이 너무 빽빽해져, 

정작 소중한 사람과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눌 틈이 줄어들기도 했다. 

나도 가족을 위해 바빴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가족에게 내 얼굴은 휴대폰 위 이마로 더 익숙할지 모른다.

〈별이 진다네〉는 내게 옛날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노래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잠깐 들어보게 하는 노래이다.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을 향한 마음이면서, 

오늘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작은 신호일 수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찾는 고향은 주소만은 아닐 것이다. 

잘하고 있느냐고 묻기 전에 밥은 먹었느냐고 묻던 목소리, 

말없이 함께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던 사람들이다. 

그런 곁에서는 나를 증명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에 이어폰을 조금 늦게 빼고 싶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볼 생각이다. 

별이 안 보여도 괜찮다. 

보려는 마음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집에 들어가면 가족에게도 하루를 물어보고 싶다. 

해결책 없이, 잠깐 같이 앉아서 말이다.

밤하늘의 별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는 일은 아직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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