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인생
없는 사람의 자리가 더 크게 보이는 날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김소연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움
휴대전화 연락처를 정리하려다 매번 그만둔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이름도 선뜻 지우지 못한다. 언젠가 연락할 일이 있을지 모든다는 생각에서다. 정작 멀쩡히 통화할 수 있는 친구에게는 몇 달째 전화 한 통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 인간관계는 저장 용량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 더는 전화를 걸 수 없는 번호를 남겨두는 마음…
마음도 빨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이적 〈빨래〉, 지워지지 않는 슬픔도 햇볕에 널어두는 시간
세탁기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빨랫감은 별로 없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회사에서 들었던 서운한 말, 며칠 전 가족과 나눈 불편한 대화, 오래전 선택에 대한 후회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런 생각도 세탁기에 넣고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표준 코스로 한 시간만 돌리면 걱정은 빠지고, 후회는 헹궈지고, 상처는 탈수되어 나오는 것이다. 괜히 웃음이…
옛사랑은 왜 광화문에 남아 있을까 -이문세 〈옛사랑〉 잊은 줄 알았던 사람, 그리고 그 시절의 나에게
오랜만에 광화문 거리를 걸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빌딩은 높아졌고 카페도 많아졌지만, 오래된 가로수와 골목 어귀에는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이문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옛사랑〉이었다. 노래는 조금 전까지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사람을 삼십 년 전 청춘으로 돌아가게 했다. 1991년 발표된 이문세의 7집에 수록된 〈옛사랑〉은…
고등어 한 마리에 담긴 어머니의 세월-김창완 〈어머니와 고등어〉 자식을 키우고서야 들리는 노래
며칠 전 마트에서 고등어를 집어 들었다. 가격표를 보고 잠시 망설였다. 예전에는 서민 생선이라 불리던 고등어도 이제는 선뜻 장바구니에 넣기 부담스러운 물가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니 두 마리를 샀다. 집에 돌아와 고등어를 굽는데 기름이 튀고 비린내가 온 집안에 퍼졌다. 환풍기를 최대한 틀어도 소용없었다. 맛있는 고등어구이 한 접시를 만들려다 집 전체를 수산시장으로 만들…
사랑은 설거지를 타고-임영웅 〈이제 나만 믿어요〉 , 오래된 부부의 가장 따뜻한 고백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나는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릇 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접시를 씻고 있었다. 조금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지는 않았다. 인간의 양심과 엉덩이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때 TV에서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가 흘러나왔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
아버지의 노래를 아들이 부르는 밤-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세월이 흘러도 외로운 마음은 닮아 있다
밤늦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쌓인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글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문장 하나를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때 방문 너머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막내아들이 부르는 노래였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했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듣는 노래는 아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그때의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이적 〈걱정말아요 그대〉가 들려주는, 지나간 나를 용서하는 법
며칠 전 휴대전화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십수 년 전의 나였다. 지금보다 머리숱도 많고, 배도 덜 나왔으며, 무엇보다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혼잣말이 나왔다. “저때는 참 젊었는데.” 그러고는 곧바로 후회가 따라왔다. 그때 조금 더 공부했더라면, 그 직장을 옮겼더라면, 돈을 좀 더 모았더라면, 아이들과 시간을 더…
쉰이 넘었는데, 아직 날개를 배우는 중이다-YB 〈나는 나비〉가 건네는, 중년의 서툰 성장에 대한 응원
블로그에 글 하나를 올리려다 한 시간을 보냈다. 제목을 넣고 사진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사진이 엉뚱한 곳에 붙었다. 지웠더니 멀쩡하던 문단까지 사라졌다. 회사에서는 제법 능숙한 사람이었는데, 화면 앞에서는 초보였다.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던 손가락이 저장 버튼 하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거 왜 이러는지 좀 봐줄래?” 아이는 몇 번 누르더니…
잘한 일이 없어도, 수고한 하루는 있다-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가 건네는 평범한 위로
현관에서 구두를 벗는데 한쪽 발이 잘 빠지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뒤꿈치를 잡아당기다가 한숨이 나왔다. 하루 종일 사람들 눈치를 보았는데, 퇴근해서는 구두 눈치까지 보는 기분이었다. “오늘 어땠어?” 아내가 물었다. “뭐, 그냥 그렇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설명하려니 피곤했다. 오전에는 자료를 고쳤고, 오후에는 다시 고쳤다. 마지막에는 처음 것이 낫겠다는 말을 들었다.…
첫사랑은 끝났지만, 그때의 나는 남아 있다-부활 〈네버 엔딩 스토리〉가 들려주는, 그리움을 간직하는 어른의 여유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젊은 내가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었다. 배는 들어가 있고 머리숱은 풍성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린 이유에 대해서는 잠시 판단을 미루기로 했다. 아내가 옆에서 물었다. “누구야?” “옛날 친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옛날’이라는 두 글자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숨겼다. 아내는 웃으며 사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