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줄 걸…’
요즘은 이런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30대 40대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멈춰 서면 지나온 길에 아쉬운 장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가족에게 섭섭한 일이 생기면 ‘내가 얼마나 잘했는데”부터 생각했다.
친구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서운했고,
자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괜히 잔소리가 길어졌다.
그때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걱정해서 한 말이고, 잘되라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사랑에도 말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류시화가 엮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여기에는 지금과 다른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글들이 담겨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맞는 말인데 아무것도 고쳐주지 못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로 돌아가서 딱 한 마디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아마 많은 사람의 대답은 거창하지 않을 것이다.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믿어’, ‘사랑해’
그런데 인생이 참 얄궂다.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깨닫는 순간에는 이미 그것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회는 과거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이어야 한다.
용서하지 못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용서는 상대방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사람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장면을
이제 그만 재생하는 일이 아닐까…
상대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다. 상처가 없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그 일을 평생 붙들고 있는 것이 결국 누구를 더 힘들게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남에게는 참 너그럽지 못하면서도 이상하게 자기 자신에게는 가혹하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지식과 경험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해서,
과거의 나를 함부로 꾸짖을 필요는 없다.
어쩌면 인생이란 후회가 없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후회를 통해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문은 닫혀 있다.
하지만 오늘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니 오늘 전화 한 통 하면 된다.
“잘 지내?”
미안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그때 내가 미안했어”라고 말하면 된다.
부모님이 곁에 계신다면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되고,
자녀가 마음에 걸린다면 잔소리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 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의 시간을 다시 살 수 없다.
대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오늘의 삶에 써먹을 수는 있다.
그게 어쩌면 인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기회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날은,
생각보다 자주 ‘오늘’
그래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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