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보는 세상에서,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는 것 -나태주 〈풀꽃〉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사랑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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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시선이 너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에는 휴대폰 화면을 서둘러 넘기고,

출근길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틈도 없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가족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래서 결론이 뭐야?”부터 묻게 된다.

참 바쁘게 산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사는데도

정작 가까운 사람은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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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다시 읽어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참 짧은 시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이 세 줄은 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태주 시인은 이 시에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것’이 결국 존재를 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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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을 우리는 대개 그냥 지나친다.

예쁜 장미나 화려한 꽃이라면 잠시 멈춰보지만,

이름도 모르는 작은 풀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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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비슷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옷차림과 말투를 보고 쉽게 판단한다.

직장에서는 직급과 능력으로 사람을 보고,

사회에서는 가진 것과 성공한 정도로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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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가족에게도 그렇다.

“또 저 이야기야?”

“엄마는 왜 맨날 그래?”

“아빠는 원래 저래.”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빨리 결론을 내린다.

오래 봐왔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오래 봤다는 이유로 더 이상 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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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한숨을 그냥 잔소리로 듣고,

남편의 무뚝뚝함을 무관심으로 받아들이고,

자녀의 방문이 닫혀 있으면 버릇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다른 마음이 숨어 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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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요즘 좀 힘들어 보이네.”

“괜찮아. 천천히 이야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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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것이 있고, 오래 봐야 알게 되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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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을 때는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을 큰일로 증명하려 했다.

돈을 벌어주고, 좋은 것을 사주고, 자녀를 위해 애쓰면 사랑을 다한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랑은 의외로 작은 데 있었다.

퇴근 후 가족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평소보다 말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것.

늘 똑같아 보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오늘은 조금 다르게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사람을 다시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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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가족도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존재이다.

어제의 아내와 오늘의 아내가 같지 않고,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가 같지 않다.

부모 역시 나이를 먹으며 몸과 마음이 변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족을 너무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그들의 오늘을 보지 않는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이 말이 어쩌면 사랑이 멈추는 가장 편리한 문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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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이 좋은 이유는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보면 평범해 보이던 존재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너도 그렇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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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은 가족을 조금 천천히 바라보았으면 한다.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웃는 얼굴을 보고,

말없이 TV를 보는 뒷모습도 한번 바라보자.

별것 없어 보이는 그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오래 그리워하게 될 장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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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쩌면 대단한 감정이 아니라 자세히 보는 습관인지도 모른다.

빨리 판단하지 않고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익숙하다고 지나치지 않고 오늘의 마음을 다시 묻는 것.

그리고 오래 바라본 끝에 이렇게 말해주는 것.

“당신도 참 괜찮은 사람이야.”

​

나태주의 풀꽃은 길가에 피어 있지만,

어쩌면 우리 집 식탁 옆에도 피어 있는지 모른다.

다만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

자세히 보면 보인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게 될 것이다.

내 곁에 있는 저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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