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피보다 밥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조립식 가족》이 보여준, 함께 밥 먹는 사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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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같은 성을 쓰는 사람일까. 같은 피를 나눈 사람일까.

아니면 법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일까.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내 안부를 묻고, 내가 아프면 걱정하고,

밥을 먹었는지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다.

어쩌면 가족은 피보다 밥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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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윤주원과 김산하, 강해준은 피도 성도 다르지만

한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10년의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모였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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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금 이상해 보인다.

‘저 사람들이 무슨 가족이야?’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상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가족을 너무 쉽게 정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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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가족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완성품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되고, 결혼하면 부부가 된다.

하지만 이름만 그렇게 붙는다고 가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밥을 차리고, 기다리고, 아픈 사람을 챙기고, 늦게 들어온 사람에게 잔소리하고,

때로는 싸우고 다시 화해하면서 조금씩 가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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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식구(食口)’라는 말이 참 따뜻하다.

말 그대로 함께 끼니를 나누는 사람이다.

가족을 피나 성씨가 아니라 같이 밥 먹는 관계로 바라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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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에서 유난히 밥 먹는 장면이 마음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 황인엽은 작품에서 특별한 한 장면보다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정말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 일이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밥 한 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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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밥 먹었어?”라고 묻는 것은 단순히 식사 여부를 묻는 말이 아니다.

‘나는 네가 걱정된다.’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네가 힘들 때 네 편이 되어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그 짧은 네 글자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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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의 무게를 알게 된다.

젊을 때는 가족에게 잘해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집을 마련하고, 학원비를 내고,

필요한 것을 사주는 것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같이 앉아 밥 먹어주는 사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잘못했을 때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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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 속 인물들이 특별한 이유도 완벽해서가 아니다.

모두 하나씩 결핍이 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있고, 버림받은 기억이 있고,

혼자 감당해야 했던 슬픔이 있다.

그런데 그 결핍을 서로의 존재로 조금씩 메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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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가족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견뎌주는 곳이다.

나도 가끔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가족이니까 알아서 이해하겠지.’

‘가족이면 이 정도는 참아야지.’

그런데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고, 가족이라서 더 서운하다.

그래서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혈연이라는 명분보다 다시 밥상에 앉을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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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싸우고도 다음 날 “밥 먹어”라고 말하는 것.

삐쳐서 방문을 닫았던 사람이 슬그머니 식탁에 나오는 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국 한 그릇을 앞에 놓아주는 것.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가족을 다시 이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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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제 ‘가족’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가족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는 관계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조립해가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오늘 밥 한 끼를 같이 먹고, 내일 한마디 더 들어주고,

모레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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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도 조립되지 않은 가족의 조각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지 모른다.

조금 서운한 사람, 조금 외로운 사람, 말하지 못한 상처를 가진 사람.

그 조각들을 완벽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그저 한자리에 앉아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된다.

“밥 먹자.”

어쩌면 그 말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화해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피는 가족을 이어줄 수 있지만, 함께한 시간은 가족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견뎌주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부를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이름, 식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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