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첫사랑보다 더 몰랐던 것-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묻는, 함께 산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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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옛 노래가 나오자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나는 별생각 없이 다른 곡으로 넘겼다.

“나 그 노래 좋아하는데.”

손이 멈추었다. 함께 산 세월이 얼마인데 그것도 몰랐을까.

아내가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어떤 반찬을 싫어하는지는 안다.

그런데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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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진봉도 아내 세연을 잘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래 함께 살았고 아이들도 키웠다.

그런데 시한부 진단을 받은 세연이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하자 당황한다.

남편에게는 난데없는 요구이지만,

아내에게는 가족의 일정 뒤로 미뤄둔 자기 삶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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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첫사랑 찾기를 지나간 남자를 향한 그리움만으로 보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되기 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설레고 음악을 들으며 미래를 상상하던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느꼈다.

세연에게도 가족이 모르는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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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참 묘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상대를 몇 가지 역할로 줄여 부르기 쉽다.

아이를 챙기는 사람, 살림을 꾸리는 사람, 돈을 버는 사람이다.

역할은 익숙해지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꾸 생략된다.

오늘 무엇이 즐거웠는지보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가 더 급한 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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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익숙한 노래들은 그 생략된 시간을 불러낸다.

〈조조할인〉 같은 곡이 흐르면 관객도 자기 청춘의 극장과 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노래는 몇 분 만에 오래전 표정 하나를 데려온다.

지금 내 곁에서 장바구니를 정리하는 사람에게도 그런 표정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훨씬 많은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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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래 살았다는 것은 서로를 다 안다는 증거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착각하기 쉬운 조건이다.

“당신은 원래 그렇잖아”라는 말이 편해질수록,

상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친다.

취향도 꿈도 서운함도 세월과 함께 변하는데,

우리는 오래된 설명서를 펼쳐놓고 지금의 사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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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봉과 세연의 여행이 마음 아픈 것은 그 시간을 뒤늦게 되찾기 때문이다.

삶의 끝이 가까워지고서야 묻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언제 외로웠는지, 함께한 날 중 어느 날이 가장 좋았는지.

나는 영화를 보며 슬퍼하다가 조금 민망해졌다.

내게는 아직 물을 시간이 있는데도 묻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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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아내에게 아까 그 노래를 언제부터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와 걷던 길, 자주 가던 가게, 당시에는 꼭 해보고 싶었던 일까지 이어졌다.

아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나는 “그 얘기 전에 했잖아”라는 말을 삼켰다.

전에 들었어도 제대로 듣지 않았을 수 있었다.

대신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이냐고 물었다.

아내가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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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말, 차에 타기 전에 아내에게 음악을 골라달라고 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렀고 아내가 다시 따라 불렀다. 이번에는 끝까지 들었다.

첫사랑을 찾아 먼 길을 떠나지는 않았다.

다만 옆자리의 사람에게 아직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가 끝나자 나는 다음 곡도 골라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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