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남겨야 할 것은 가족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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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보다가 조금 웃기는 일을 발견했다.

사진이 정말 많았다. 먹은 음식, 다녀온 카페, 예쁜 하늘,

여행지 풍경, 인터넷에서 저장한 사진까지 몇 번을 넘겨도 끝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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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는 매일 함께 밥을 먹고, 명절이면 만나고, 생일이면 케이크도 자른다.

그런데 정작 가족 모두가 한 화면 안에 들어온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사진은 잊지 않기 위해 찍는데,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오히려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다.

“나중에 찍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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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고, 부모의 머리는 어느 날 갑자기 희끗해져 있다.

부부도 처음 만났을 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달라져 있다.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오늘의 평범한 얼굴이 훗날에는 가장 그리운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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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작은 문 하나를 만들어 놓는다.

특히 가족사진은 더 그렇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진에 찍히지 않은 이야기까지 따라 나온다.

“이때 네가 몇 살이었더라?”

“아버지 머리가 저때는 저렇게 검었네.”

“엄마는 저때도 우리 먹을 것부터 챙겼구나.”

신기하게도 사진 한 장이 가족의 기억을 깨운다.

그리고 그 기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혼자 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자신을 위해 기다리고 웃고 애쓴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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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족사진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한 가족의 역사를 아주 작은 화면에 담아놓은 기록이다.

재산은 물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좋은 집도 언젠가는 낡는다.

통장에 남은 숫자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은 말없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때 함께 있었다.”

나는 이것이 가족사진이 가진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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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늘 사이좋은 가족이어서 찍는 것도 아니다.

싸우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한 식탁에 앉았던 사람들.

그것이 가족이다.

그러니 가족사진은 행복한 순간만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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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부모를 바라보며 자녀는 부모의 젊은 시절을 만나고,

아이의 어린 시절을 바라보며 부모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건너왔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진을 보게 될 손주에게는,

사진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게 한 장의 사진은 시간을 건너간다.

그래서 가족사진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사랑을 말로 물려주지 않아도, 사랑받았던 장면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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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을 제대로 갖춰 입고 스튜디오에서 찍을 필요도 없다.

이번 주말에 가족에게 한번 말해보자.

“우리 사진 한 장 찍자.”

아이들이 귀찮아하면 조금 기다려주고,

부모님이 쑥스러워하면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면 된다.

스마트폰을 책장에 기대놓고 셀프 타이머를 눌러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화질이 아니다.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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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음식 사진 만 장, 여행 사진 천 장이 있다면

이제 가족사진 한 장쯤은 만들어두자.

우리가 남겨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어쩌면 해외여행의 멋진 풍경도, 비싼 음식도 아닐 것이다.

별일 없이 함께 웃고 있는 우리 가족의 평범한 저녁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결국 알게 된다.

사람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느냐라는 것을.

사진은 그 시간을 붙잡아두는 작은 그릇이다.

그리고 가족사진은 그 그릇에 담긴 사랑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작은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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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 가족을 한번 바라보자.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배우자와 아이의 얼굴을 보자.

그리고 아직 모두가 같은 자리에 있을 때 한 장 찍자.

언젠가 우리는 그 사진을 보며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 좋았던 때였네.”

하지만 어쩌면 그때가 아니라 바로 오늘이 가장 좋은 때였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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