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혼자인 것 같을까?’
아침부터 사람들 사이에 섞여 출근하고, 하루 종일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저녁이면 가족과 밥을 먹는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 하나쯤은 남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작은 무인도가 하나씩 있는지도 모른다.
《무인도의 디바》의 서목하는 무려 15년을 무인도에서 보낸다.
가수의 꿈을 품고 서울로 가려던 소녀가 사고로 세상과 단절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5년이라는 시간이 꿈까지 무인도에 가둬놓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목하는 살아남았고, 노래를 잊지 않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꿈을 향해 걸어간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상하게 우리 부모 세대가 떠올랐다.
젊을 때 품었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다.
사업이 무너지고, 직장에서 밀려나고, 자녀를 키우느라 자기 이름으로 된 꿈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마음속 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너무 오래 미뤄두었을 뿐이다.
목하에게 특별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오히려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꿈을 잃어버린 윤란주에게 목하는 다시 노래할 이유가 되어주고,
목하 역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이다.
사실 살아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다.
우리는 남의 꿈을 응원하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조건을 붙인다.
“그 나이에 가능하겠어?”
“이제 와서 뭘 새로 시작해?”
“그걸 해서 돈이 되겠어?”
친절한 말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사람의 마음에 작은 못 하나를 박는 말이다.
나도 예전에는 가족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었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사람이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그래, 한번 해봐”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실패해도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목하가 오랜 고립 끝에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사람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배우 박은빈 역시 목하를 두고 “그림자 안에 있는 사람을 끄집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밝아서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어두움을 알고도 다시 밝은 쪽을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구원자였던 순간이 있었고, 나에게도 누군가의 한마디가 구명보트였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밥은 먹었어?” “괜찮아. 천천히 해.” “네가 하고 싶은 거 한번 해봐.”
이런 말들이 때로는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성공보다 관계의 힘을 조금씩 알아간다.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누군가가 힘들 때 옆에 앉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내가 무인도에 갇힌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오면 기억해야 한다.
내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세상과 연결이 끊긴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꿈도 마찬가지이다.
오래 미뤄두었다고 해서 죽은 꿈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아직도 작은 목소리로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네 꿈, 아직 늦지 않았어. 내가 응원할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보자.
“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사람을 다시 세상으로 데려오는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한 사람,
다시 꿈을 믿어주는 한 사람, 그리고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해야 할 가장 따뜻한 일도 그것인지 모른다.
누군가의 무인도에 작은 다리 하나를 놓아주는 것.
그리고 언젠가 내 무인도에 누군가 다리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
그렇게 우리는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손을 잡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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