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의 하늘이 되어-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흔들리는 세상에서도 내가 지켜야 할 삶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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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는데

정작 무엇을 위해 그렇게 서둘렀는지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회사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집에서는 걱정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하루는 금방 지나갔고,

어느새 머리카락에는 흰머리가 제법 늘었다.

세월은 참 성실하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묻지도 않고 꼬박꼬박 나이부터 배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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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문득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가 떠올랐다.

이 시는 삶이 고단하고 앞길이 막막할 때에도

고개를 들어 자신이 바라보아야 할 하늘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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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오랫동안 땅만 보고 살아왔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 지켜야 할 자리, 책임져야 할 사람들.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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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는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남부럽지 않게 살면 그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쉰 살을 넘기고 보니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긴다.

나는 지금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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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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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은 쉽다.

현실에는 대출금도 있고, 자녀 교육비도 있고, 부모님 병원비도 있다.

철학자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카드 결제일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을 책임지는 것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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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삶은 이제 그리 대단하지 않다.

좋아하는 글을 쓰고, 가족과 저녁을 먹고,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평가에 따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보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조용히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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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하늘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보는 하늘만큼이나 나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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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게 부모님은 하늘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든든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부모님의 작아진 어깨를 바라보며

내가 조금이나마 그늘이 되어드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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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그렇다.

젊은 날에는 사랑한다는 말로 모든 것을 약속했지만,

이제는 지친 하루를 함께 견디고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주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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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도 대단한 아버지보다 언제든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아버지이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늘처럼 섬긴다는 것은 상대를 내 뜻대로 이끄는 일이 아니다.

부모님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드리고, 아내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아이들이 선택한 길을 믿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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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 마음에는 아직도 잔소리가 가득하다.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삼키는 데에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한다면서 상대의 하늘까지 대신 정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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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하늘처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답게 살아갈 공간을 지켜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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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도착하니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평생 바라보아야 할 하늘은 어쩌면 저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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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내 꿈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선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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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늘을 잃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하늘도 가리지 않는 삶.

박노해의 시를 생각하며 내가 찾은 삶의 방향이다.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내가 바라볼 하늘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하늘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하늘이 된다는 것은 아마 그런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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