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인생
왼손잡이를 따라 부르던 내가, 같은 손을 들라고 했다 -패닉 〈왼손잡이〉 앞에서 쓰는 중년의 반성문
아들이 베이스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빠, 방학 때 공연을 좀 해보고 싶어.” 내 머릿속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자격증은 언제 딸 것인지, 공부할 시간은 있는지, 음악으로 먹고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물었다. 아이는 방학 계획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장래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냥 해보고 싶다는 거야.” 그 말에도 나는 쉽게 멈추지 못했다. “남들 하는…
이 나이에, 아직 설레도 되는가 -조용필 〈바운스〉가 내 안의 초보자에게 건네는 인사
글쓰기 강좌의 신청 화면을 열어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으면 되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으면 어떡하지. 내 글을 읽고 웃으면 어떡하지. 수강료보다 체면을 더 비싸게 계산하고 있었다. 아내가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물었다. “쓰고 싶다며. 왜 안 해?”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겠어.” 말하고 나니 제법 그럴듯했다. 나는 나이를…
사람 때문에 닫힌 마음을, 사람이 다시 연다-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건네는 오래된 위로
회의가 끝났는데도 한마디가 귓속에 남았다. “그 정도는 미리 챙기셨어야죠.” 틀린 지적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 앞에서 들으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며칠 동안 애쓴 일은 사라지고, 놓친 것 하나가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괜찮은 척 자료를 정리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사직서를 세 장쯤 쓰고 있었다. 물론 제출할 용기는 없었다. 카드 결제일은 자존심보다…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잘 버텨온 나에게 건네는 건배사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얼굴이 비쳤다. 아침에 분명 다림질한 셔츠를 입었는데 저녁의 나는 어디서 한 차례 구겨져 나온 사람 같았다. 셔츠만 구겨진 것이 아니었다. 회의에서 삼킨 말과 거래처에 숙인 고개가 마음에도 주름을 만들었다. 젊었을 때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막상 들어와 보니 모르는 것을 들키지 않는 기술부터 익혀야…
김광석 〈일어나〉, 다시 살아볼 마음을 깨우는 노래
휴대전화 알람을 세 번이나 끄고도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눈은 떴는데 몸을 일으킬 이유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회사에서 내 자리가 흔들린다는 말을 들은 뒤로 아침이 길어졌다. 예전에는 출근하기 싫어도 갈 곳이 있었다. 이제는 갈 곳이 없어질까 봐 일어나기가 싫었다. 사람 마음이 참 복잡하다. 월요일을 그렇게 미워했는데, 막상 월요일이 나를 떠날…
여행스케치<별이 진다네>가 데려가는 마음의 고향
퇴근길에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간판도 밝고, 아파트 창문도 밝고, 도로에는 자동차 불빛이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 환한데 정작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세상 소식은 많이 알았지만, 내 머리 위 날씨는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 별을 본 게 언제였더라. 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자주 보는 별은 밤하늘보다 배달 앱에 있었다. …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말하는, 묵묵히 살아온 사람의 고독
어릴 때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말이 없는지 몰랐다.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녀왔어” 한마디 하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웃으며 들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하루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다. 아내가 “회사 힘들어요?” 하고 물으면 대답은 늘 비슷했다. “뭐, 다 그렇지.” 그리고 다음 날이면 또 출근했다. 1985년에 나온…
내 인생에도 나만의 노래가 있다-김광석 〈나의 노래〉가 중년에게 건네는 작은 독립 선언
얼마 전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슨 노래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고, 잘 부를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흥얼거리는 노래였다. 생각해보니 요즘 우리는 이렇게 사는 일이 별로 없다. 무언가를 해도 남들이 어떻게 볼지 먼저 생각한다. 자식이…
내 편이 한 사람 있다는 것, 그것이 다행이다 – 이적<다행이다>가 말하는 오래된 사랑의 진짜 의미
20대에 사랑을 생각하면 심장이 먼저 뛰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이 났고, 연락이 조금 늦어도 괜히 서운했다. 사랑은 그렇게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사랑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진다. 설레는 사람보다 내 편인 사람이 더 가슴 깊이 울림을 준다. 좋은 날 함께 웃는 사람보다, 내가 무너졌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