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일상생활
주식 창 파라불에 요동치는 내 심장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찾는다. 알람을 끄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식 앱부터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부풀어 오르던 마음이, 모니터상의 마이너스 기호 앞에서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는다. 수익률 창에 찍힌 숫자 몇 개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로코스터 감정, 내가 이토록 가벼운 존재였나, 자책하면서도 매일…
가족 단톡방에서는 왜 나만 말이 많을까-답장 없는 화면에서, 마주 앉은 얼굴로
가족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출근길에 본 하늘이었다. “오늘 날씨 좋다. 다들 좋은 하루!” 한참 뒤 확인하니 숫자가 사라져 있었다. 모두 읽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답장은 없었다. 하트 하나, 웃는 얼굴 하나 없었다. 하늘은 맑았는데 내 마음에는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조금 뒤 아들이 물었다. “오늘 저녁 뭐야?” 내 하늘…
사진에 남겨야 할 것은 가족 얼굴이다
며칠 전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보다가 조금 웃기는 일을 발견했다. 사진이 정말 많았다. 먹은 음식, 다녀온 카페, 예쁜 하늘, 여행지 풍경, 인터넷에서 저장한 사진까지 몇 번을 넘겨도 끝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분명 우리는 매일 함께 밥을 먹고, 명절이면 만나고, 생일이면 케이크도 자른다.…
효를 가르치려 했는데, 아이가 배운 것은 사랑이었다
나는 17년째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어머니 혼자 계시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어머니였고, 내가 모시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나에게 당연한 일이 아내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어머니의 말투와 습관이 익숙하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남의 집 평수와 내 마음의 평수
며칠 전 지인의 새 아파트 집들이에 다녀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넓은 거실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주방에는 반짝이는 식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제법 근사했다. “좋다. 정말 좋다.”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내가 사는 집이 갑자기 좁아진 것도 아닌데,…
아무도 내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을 때
갈 곳은 많지만 마음 둘 곳이 점점 줄어든다. 아침에 출근한다. 회사에서는 후배들의 눈치를 보고, 상사의 표정을 살핀다.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정작 내 이야기를 할 틈은 없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이번에는 가족의 가장이 된다. 아이들의 학원비를 걱정하고, 부모님의 병원비를 생각하고,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바라본다. 그렇게 하루를 다 보내고 침대에…
스마트폰 거북목과 눈맞춤-굽은 목을 펴면, 굽은 관계도 펴질까
저녁 식탁에 앉아 가족들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다. 아빠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있고, 엄마도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다. 아이는 이어폰을 꽂은 채 화면을 넘긴다. 한 식탁에 네 사람이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도 서로 얼굴을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전에는 밥을 먹다가 눈이 마주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시작됐다. “오늘 학교는 어땠어?”, “당신은 별…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씁쓸한 고해성사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며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진료카드 챙기셨어요?”, “약은 가방에 넣으셨어요” “예약되어 있어서 10시 전에 나가야 해요.” 몇 번을 말씀드렸는데도 어머니가 다시 묻는다. “우리 어디 가는 거지?”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말하고 나니 마음이 철렁했다. 어머니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천히 준비하는 것도,…